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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러시아 파병 부대 귀국…김정은 직접 환영

박지혜 기자
2025-12-13 08:28:07
9명 전사에도 “위대한 승리” 선전…내부 결속·對러 보상 요구 메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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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러시아 파병 부대 귀국…김정은 직접 환영식

북한이 러시아 쿠르스크주에 파병했던 공병부대의 귀국 사실을 공식 공개하며 대대적인 환영 행사를 진행했다. 김정은 노동당 총비서가 직접 참석해 연설한 이번 환영식은 북한의 러시아 파병 실태를 구체적으로 드러낸 첫 공식 확인이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과 조선중앙통신은 13일, 해외 작전지역에 출병했던 조선인민군 제528공병연대 환영식이 12일 평양 4·25문화회관 광장에서 성대히 열렸다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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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러시아 파병 부대 귀국…김정은 직접 환영식

김정은 총비서는 환영식 연설에서 “지난 5월 28일 조직된 연대는 8월 초 출병해 러시아연방 쿠르스크주에서의 공병 전투 임무 수행에서 혁혁한 전과를 쟁취했다”고 밝혔다. 그는 파병 기간을 ‘120여 일’로 구체적으로 언급하며 “산지사방 음폐와 잠복된 위험이 도사린 가혹한 전투환경”이었다고 설명했다.

김 총비서는 “한치한치 삶과 죽음의 계선을 넘나들어야 하는 조건에서도 한치의 동요나 망설임도 없었다”며 “몇 년이 걸려도 정복하기 힘든 방대한 면적의 위험지대가 불과 3개월도 안 되는 짧은 기간에 안전지대로 전변되는 기적을 이룩했다”고 치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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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작전 과정에서 공병 전투원 9명이 사망한 사실도 처음으로 공개됐다. 김 총비서는 “전우를 먼저 생각하며 한 몸으로 파편을 막아 나서고, 치명상을 입은 최후의 순간에도 임무를 끝까지 수행한 희생성”을 언급하며 “비록 9명의 안타까운 희생이 있었지만 모두가 돌아와 주어 고맙다”고 말했다.

그는 “공병연대가 달성한 전투성과의 주되는 의의는 몇몇 군인의 위훈이 아니라 전체 관병들의 한결같은 분투로 이룩한 대중적 영웅주의의 결실”이라고 규정했다. 또 “우리 군인들이 지뢰 해제의 쉴 참에 자작시를 낭송하고 고향에 보낼 편지를 쓰며 전투장으로 진출했다”며 “삶과 죽음이 판가리 되는 사지 판에서 이런 생활을 펼칠 수 있는 군대는 오직 우리 군대뿐”이라고 주장했다.

김정은 총비서는 이날 연설에서 사상 무장의 우월성을 거듭 강조했다. 그는 “조국에 바쳐지는 생을 희생이 아니라 영광으로 간주하는 군인들의 사상 감정은 그 어느 나라 군대도 따를 수 없다”며 “대중적 영웅주의라는 우리 군대 특유의 무기는 억대의 자금을 들여도 벼려낼 수 없다”고 밝혔다.

이어 “도저히 가늠할 수 없는 무진한 정신적 종심을 가진 이런 혁명군대와는 아무리 첨단무기로 장비한 서방의 무장 악당들도 감히 대적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북한은 귀국한 제528공병연대에 자유독립훈장 제1급을 수여했으며, 전투 중 사망한 9명의 공병 전투원에게는 ‘공화국영웅’ 칭호와 국기훈장 제1급, 전사의 영예 훈장 제1급을 추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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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러시아 파병 부대 귀국…김정은 직접 환영식

김 총비서는 4·25문화회관 중앙홀 ‘추모의 벽’에 있는 전사자 초상에 직접 훈장을 달아주고 헌화·묵상했으며, 유가족들을 만나 위로했다.

환영식에는 지난 9~11일 진행된 노동당 전원회의 참석자들과 당 중앙위원회 및 국방성 간부, 인민군 지휘관들, 공병연대 전투원 가족, 평양 시민 등이 대거 참석했다. 이후 파병부대 귀국을 축하하는 공연과 환영연회도 진행됐다.

북한이 쿠르스크 공병 파병 사실을 공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김정은 총비서의 연설을 통해 파병 기간, 전사자 규모 등이 구체적으로 거론되면서 북한의 러시아 파병 실태가 공식 확인됐다.

전문가들은 북한이 러시아 파병 군인들의 공헌과 희생을 대대적으로 부각하는 이유로 두 가지를 꼽는다. 대내적으로는 체제 결속 수단으로 활용하고, 대외적으로는 러시아를 향해 경제적·군사적 보상을 요구하는 ‘무언의 메시지’를 보내는 것으로 분석된다.

실제로 북한은 최근 파병 전사자들의 희생을 기리는 추모관을 수도 평양에 착공하는 등 파병 군인들을 ‘영웅화’하는 작업을 본격화하고 있다. 북한은 앞서 우크라이나군이 점령한 러시아 쿠르스크에 특수부대를 파병해 탈환 작전을 벌인 데 이어, 지뢰 제거 등을 위한 공병 병력 1천여 명을 추가로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박지혜 기자 bjh@bntnews.co.kr